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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양반이 무슨 소리야?
지금 독심술 하십니까?
"삐삐가 온 거 같은데요..."
고무兄이 대답 대신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옆걸음으로 다가가 조금 떨어져 섰다.
고무兄이 붉은 불빛이 깜박이던 기계를 허리에서 떼어 내게 보여줬다.
모양은 초기 모또롤랑 삐삐 같이 생겼는데 액정모니터가 옆에 달려있었다.
액정에 뭔가 쓰여있었다. 그런데 왜 내이름이...
'LeftRed尹-살해의도 포착 위치-본부 지하 삼십삼 층 거리-삼 미터이내'
난 얼굴이 하얘졌다.
Fear by doug88888 |
고무兄과 난 다시 책상에 앉았다.
'아까 널 손 볼 때, 뇌에 네 생각을 알려주는 송신기를 심었지. 이 기계는 그걸 알려주는 장치다.'
'......'
난 고무兄의 치밀함에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접대부 사이보그는 국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알아보기 위해 각하와 내가 비밀리에 개발한 보안로봇의 일종이다. 이미 수천 대를 만들어 사회 각 계층에 취업시켰고 사람들이 사이보그와 나누는 대화와 사이보그가 보는 영상은 내부에 저장되고 보안센터의 모니터 요원이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받고 있다. 여태까지는 우리 본부의 내부요원들이 사이보그와 나눈 대화 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네가 처음으로 헛소릴 지껄인 거야.'
'그렇다고 분해하실 것까지는 없잖아요...'
'난 각하와 함께 우리나라의 보안을 책임지고 임무를 수행하지만 각하를 무조건 믿지 않는다. 각하에게 알리지 않은 우리 내부의 일이 각하에게 보고되는 건 참을 수 없단 말이다. 그래서 접대부 사이보그 일 호도 데이터 받을 날짜 이전에 납치하여 분해해버렸다.'
The Neo Monoliths of Chicago by Stuck in Customs |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사람들의 생각을 감시하려고 머릿속에 모니터를 심고, 국민의 동향을 감시하려고 사이보그를 만들어 곳곳에 배치하다니...죠지 오웰 아죠찌가 예언한 빅브라더가 이천팔십사 년에 현실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어딜 가도 말 한마디, 손짓 하나 맘대로 할 수 없는 사회가 되어 가는 지구촌...그 대열을 질세라 바짝 쫓아가는 각하와 고무兄....그 고무兄 밑에서 일하는 나는 도대체 뭐고...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
난 지상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고무兄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누가 우리 편이며 누가 적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항상 명령과 이야기는 단순하게 시작되고 전달되지만 복선에 복선이 깔린 감시장치와 철저한 점조직으로 비밀리에 운영되는 고무兄의 정보망 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누가 있으랴...
aafad 208/365 do you expect me to talk? by lamont_cranston |
오늘도 화장실 앞에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길었다.
고무兄도 사람 변이 귀해진 요즘 똥도둑이 많다며 화장실에 엄청난 보안장치를 해놓았다.
본부 일 층의 화장실을 가고자 하는 사람은 국가보안센터에 접속하여 신분확인을 마친 후 휴대폰에 사용승인서를 다운로드하여 화장실 문 옆에 달린 홍채인식기에 눈을 갖다댐과 동시에 승인서를 넣어 본인임을 확인시켜야 화장실로 들어갈 수 있었고, 화장실 안의 문을 열 때는 지문인식장치, 변기에 앉을 때는 둔부무게측정장치를 통과해야 간신히 볼일을 볼 수 있었다.
일을 마친 후에도 지난달까지의 상하수도사용료 완납증명을 비데에 인식시켜야만 뒷물이 가능했으며 뒤처리에 사용한 휴지도 오물수거비완납증명이 없으면 휴지통에 버릴 수가 없어서 도로 가지고 나와야 했다.
그중 제일 무서운 장치는 폐기물수수료완납증명을 요구하는 화장실 내부 문이었으며 증명서를 보여주지 않으면 볼일 마치고 물을 내릴 수도 없고 화장실 안에 갇혀버리는 것은 물론 불법폐기물 투기자로 국가보안센터에 자동고발되어 즉각 보안군이 출동하게 되고, 체포된 자는 화장실 사용 비용의 삼천오백 배에 상당하는 벌금과 구십구 일 동안 국립똥센터에서의 강제노역형에 처해졌다.
Toilet Humour by Smoking Banana |
똥도둑이 기승을 부리는 데는 슬픈 이유가 있었다.
다섯 살부터 이십 년을 죽어라 공부하고 취업해도 한 달에 이십이만 원밖에 받지 못하는 현실을 비관한 젊은이들은 박사백수병이라는 신종집단광란성정신병에 감염이 되었고, 밤이면 서류가방을 하나씩 들고 좀비처럼 거리를 배회하는 박사백수병환자들이 큰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각하께서는 긴급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했으나, 자식들이 모두 미쿡으로 유학을 다녀왔거나 재벌회사에 근무하는 궁무위원들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모두 모른 체하고 휴가를 가버렸다.
이에 대노한 각하께서는 궁무위원들이 다시 귀국하지 못하도록 모조리 국적을 박탈하고 그들 모두를 G도 새도 모르게 자살폭탄테러로 암살하도록 탈레반 형들에게 협조공문을 보내셨고, 개이피에수에 '긴급 궁민에게 고함'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직접 출연하시어 이십이만 원 세대의 비참한 현실이 이천팔 년부터 예견된 일이었지만 무능한 이구라 총리가 아이들 점심 밥값을 가지고 튀는 바람에 별 수없이 고치지 못했다며 낼름 입맛을 다시셨으며, 박사백수병을 고칠 묘방은 옛날 식으로 똥을 삭혀 뿌린 야채에 있는 촌충알회를 한 접시 먹는 것이라는 썰을 전국 삼백팔십육 개 티브이채널에서 방영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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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들은 식구들이 배출하는 똥의 양으로는 촌충알을 한 접시 키워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곧 전국의 공중화장실은 물론 고속도로 휴게실, 남의 화장실까지 무차별로 습격하여 똥을 훔쳐가기 시작했다.
급기야 정부에서는 똥절도를 엄히 다스린다는 포고문을 발표하고 똥 관련 볍령을 급하게 정비했으며 전국의 모든 화장실에 철통 같은 보안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각하의 친척들이 포진한 회사만 빼고 입찰을 붙여 가장 높은 가격을 써 낸 회사에게 몽땅 사업권을 몰아주었다. 물론 고무兄이 뒤를 봐주고 있는 회사가 모든 걸 빼앗아 온 걸 누구나 알고 있지만 고무兄의 확인되지 않은 비리를 입 밖에 내지 않는 건 이미 불문율이 되어 있었다.
iCrotch by PetroleumJelliffe |
화장실 문앞에 줄 서서 고전 티브이 연속극 '와이어리스'를 미디어재생기로 보던 애견센터 아가씨가 아는 체를 했다. 다가가서 웃으며 정답게 농담이라도 몇 마디 하려다 찔리는 게 있어 무표정하게 고개만 까딱했다.
'조심해야G...누가 사이보그일지도 모르는데...고무兄 성격에 애견센터라고 사이보그 안 심었겠어?'
맨 끄트머리에 줄을 서서 담배를 세 갑 다 피우고 나서야 간신히 소변기 앞에 설 수 있었다.
너무 오래 참았기에 급하게 지퍼를 내리다가 거시기가 지퍼에 물렸는데 느낌이 없다.
좀 이상하다...왜 안 아프지?
아까 로봇 가물치에게 물렸을 때도 아픈 느낌이 없었고...피도 안 났고...
어라? 난 고래 잡는 수술한 적이 없는데...
!!!
그랬지...니 거시기를 손봤다고 했지.
거시기를 꼬집어 봤다.
아무 느낌이 없었다.
바로 이거였구나...고무兄의 선물이....
남성불감증...
접대부 사이보그와 밤을 같이 보낸 죄...
영원한 불감증...
OTL...
좌절모드에 빠져 멍하니 서 있는데 소변기 위의 모니터에 고무兄의 얼굴이 나타났다.
"빨리 안 내려오냐? 비아그랑 필요 없게 해줬으면 눈물을 흘리며 뛰어와야지...하하핫!!!"
난 주먹을 꽉 쥐고 화장실을 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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